
주민과 함께한 41년 지역거점병원…카페·문화공간 온듯 시설도 친근
"한 곳에서 오래 병원을 하다보니 초창기 때 제가 받은 아이들이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으러 오는 일이 많습니다. 앞으로 10년 정도만 더 일한다면 3대째 아기를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글쎄, 그건 그 때가 되어 봐야 알겠지요. 하하."
배재웅(67·사진) 세웅병원 원장. 1970년 부산 금정구 서동에서 병원 문을 연 이후 41년간 그 곳 을 떠나지 않았다. 시민병원에서 세웅종합병원, 세웅병원으로 이름은 바뀌었지만 병원은 늘 그자리에 있었다. 이런 배 원장에게는 '거의 토박이가 다됐다'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는 그 보다 거주기간이 짧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동래고와 부산대를 나온 배 원장은 20대의 나이에 개원을 했다. 서동을 택한 것은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당시 한적했던 마을이 시골 출신인 자신에게도 그다지 나쁘게 보이지 않아서였다. 주민들과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만큼 세웅병원은 지역거점병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중이다. 때문에 지역사회를 위해 할 것을 다 한다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중소 병원이지만 갖출만한 것은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대학병원급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지요. 경쟁시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지역주민들이 열악한 시설 때문에 불편을 느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장비 등이 더 보강된다면 더 많은 주민들이 찾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 개의 진료과가 있는 세웅병원이지만 배 원장은 특별한 과를 병원의 간판으로 내세우기를 꺼려한다. 유명세를 타는 것도 좋으나 지역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과라면 모두 소중하다는 이유에서다. 병원 내부를 마치 근사한 카페나 문화공간처럼 꾸민 것도 내방객들에게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주자는 뜻에서였다. 내부 인테리어에 대해 거듭 칭찬을 아끼지 않자 쑥스러워하던 배 원장은 그제서야 "몇년 전 서울의 유명한 인사에게 리모델링을 맡겼다"고 귀뜸을 했다.
진료, 연구, 인화'라는 병원의 3대 목표에 맞게 세웅병원은 구성원간 정이 두텁기로도 소문이 자자하다. 병원이 개업할 무렵 입사했던 직원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간 경우도 적지 않다. 장기근속자도 수두룩하다. 이직이 잦은 개인병원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무척 이례적인 일이다."운이 좋았던지 그동안 직원들끼리 별다른 갈등없이 병원을 운영해 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주인의식을 가지라고 늘 당부를 하고, 각 부서에 직원채용 권한 등 자율성을 준 것이 도움이 된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병원을 크게 키우는 것도 좋지만 지역거점병원을 하는 것도 나름대로 좋은 점들이 많다고 봅니다. 진료가 재미있기도 하고요. 환자가 치료를 잘 받고 기뻐하는 것을 보면 저도 당연히 기쁘지요."